마음의 병은 몸을 참 힘들게 합니다.

처음에는 마음이 아파서 몸이 좀 힘든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도무지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잠이 들지 못하고, 잠이 들어도 반복적으로 깨어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소화도 잘 안됩니다. 혹은 아예 식욕이 사라집니다. 어떤 분들은 해부학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상세불명의 통증을 호소합니다. 이분을 처음 뵈었을 때는 이미 오래 지속되어있는 우울증과 불면증보다 알 수 없는 전신의 근육통이 문제였습니다. 마치 섬유근육통 같기도 하죠.

커다란 덩치의 남자분이 건드리기만해도 욱욱 -! 소리를 지르셨어요;;;

정신과와 정형외과 등을 전전해도 호전이 안되어 너무 괴로워하고 계셨습니다. 저희 내이플한의원에는 정말 우연히 걸어들어 오셨더랬어요. 이분은 어깨가 너무 아프니까 여기서 침이라도 맞자 – 하는 심정이셨던것 같았어요.

한번, 두번 뵐 때마다 이분을 고쳐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더 커져갔습니다.

단순한 침치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체질을 파악하고 한약 치료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체질 진단 결과 목실인(태음인)입니다. 실증이에요. 열다한소탕부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체질침을 병행하였구요.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하게 호소하시던 전신의 근육통이 호전되어갔고, 그러고 나자 이제야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인한 여러가지 다양한 증상을 털어놓으십니다.

심장 두근거림이 늘 강하시고(심계) 가슴 답답함(홧병의 대표적인 증상 )을 늘 갖고 계신다합니다. 대부분의 질환들은 일반적인 체질 치료 처방으로 치료하고, 또 충분하지만 이분은 증상이 상당히 강하고 오래되셔서, 이제마의 공진흑원단을 처방하였습니다.

이제마선생님은 기존의 공진단을 태음인 처방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공진흑원단에 포함되는 사향이라는 약제는 심장의 기운을 소통시켜 주어 공황장애라던가, 심한 불면, 우울증, 부정맥 등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 처방을 복용하면서 이분은 가슴의 홧병(답답함/심계)가 해소되어 편안해지고, 심했던 불면증도 호전되셨습니다.

이후 몇 년이 지나는 지금까지도 허리통증이나 어깨 통증, 소화불량 등 가벼운 증상들로 내이플한의원에 가끔씩 내원하셔요. 그때는 정신과약도 많이 드시고 계셨는데 그 이후로는 거의 다 줄이셨다하네요. 저도 많이 응원해드렸고, 본인도 의지를 가지고 임하셔서 의존성이 강한 정신과 약들도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